1부. 공명하는 사람들
1장. 미묘한 어긋남
도입 - 감각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은 말을 하고 있었다. 문장들은 매끄럽고 논리적이었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나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봤다. 종이 넘기는 소리, 펜 끝이 책상을 두드리는 미세한 진동, 에어컨이 내뿜는 기계적인 바람 소리까지 전부 선명했다. 하지만 정작 대화는 흐릿했다.
단순한 기분 탓일까? 아니,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순간을 알아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맞지 않는 순간. 겉으로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 숨어 있는 어색한 느낌.
"그러니까, 이번 프로젝트 일정은 조율이 끝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동의하시죠?"
모두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저함도, 반대도 없었다. 완벽한 합의. 너무 완벽한.
이런 순간이 싫다.
당연히 반대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정말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한 방향을 향해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억지로 흐름을 조정하는 것처럼, 이곳에는 어딘가 이질적인 정적이 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뒤로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이 흐름에서 벗어나면 어떤 느낌일까. 귀를 막고, 이 방을 벗어나면 나는 이 공기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나는 다시 눈을 뜨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앞에 놓인 문서를 넘겼다.
"좋습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정리하는 걸로 하죠."
회의가 끝났다. 사람들은 서류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이걸로 끝난 걸까?
나는 여전히 어긋난 감각 속에 갇혀 있었다.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책상 위에 놓인 커피가 식어 있었다. 마실까 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 맛이 어떨지 예상할 수 있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지만, 내 감각만은 날카롭게 거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게 편한 걸까? 아니면, 나만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걸까?
책상 모서리를 손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가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들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같은 속도로 신호를 건넜다. 이 도시의 흐름은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속에서 계속해서 작은 불협화음을 듣고 있는 걸까?
나는 다시 회의실에서의 순간을 떠올렸다. 모두가 동의했던 그 장면. 아무런 갈등도 없이, 아무런 충돌도 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결정되는 순간. 그게 그렇게 자연스러울 리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오며 종이들이 가볍게 흔들렸다. 잠시 동안, 그 바람 소리만이 나를 현실로 붙잡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 감각을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이상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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