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결과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마케팅 관점에서 느낀점을 써보고자 한다.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은 선거라고 생각된다.
조사방법론에 보면 실험에 나타날 수 있는 오류 중 시험효과란 것이 있다. 앞에 진행한 실험(테스트, 이벤트 등 여기서는 선거)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경우 뒤의 실험(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시험효과에는 주시험효과와 상호작용시험효과가 있다.
주시험효과는 앞의 측정한 것이 영향을 미쳐 뒤의 측정에 일관적으로 답하려는 경향이고 상호작용시험효과는 앞의 측정으로 관심도 등이 올라가 실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생각하면 앞에 진행된 선거의 결과가 유권자들의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으로 인해 뒤에 바로 이어진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대선 때 '국민의 힘(이하 국힘)'을 찍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승리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과 선택하는 행동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번 선거에 임하게 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을 찍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패배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번 선거에 임하게 되었다. 일부는 조금 더 하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테고, 일부는 이렇게 밀어줘도 안되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국힘'을 찍었던 사람들은 그 세력이 유지될 수 있지만 '민주'를 찍은 사람들은 그 세력이 일부 포기라는 형태로 축소되었다고 보인다.
한가지 예를 보자면 대선 때 엄청나게 '민주'를 찍었던 광주광역시의 경우 대선 때 투표율은 81%가 넘어 제일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38%라는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유권자가 거의 동일한 두 선거에서 '국힘'은 그 인원이 유지되고, '민주'는 이탈하였다면 그 승패는 명약관화할 것이다.
대선과 시도지사 선거를 선거구 단위로 비교해 보면
지역
|
투표율
|
대선과 동일정당
|
대선과 다른 정당
|
||||
지방선거
|
대선
|
국힘
|
민주
|
민주 -> 국힘
|
국힘 -> 민주
|
||
서울
|
53.2%
|
77.9%
|
14
|
0
|
11
|
0
|
|
부산
|
49.1%
|
75.3%
|
16
|
0
|
0
|
0
|
|
대구
|
43.2%
|
78.7%
|
8
|
0
|
0
|
0
|
|
인천
|
48.9%
|
74.8%
|
5
|
1
|
4
|
0
|
|
광주
|
37.7%
|
81.5%
|
0
|
5
|
0
|
0
|
|
대전
|
49.7%
|
76.7%
|
4
|
0
|
0
|
1
|
|
울산
|
52.3%
|
78.1%
|
4
|
0
|
1
|
0
|
|
세종
|
51.2%
|
80.2%
|
0
|
0
|
1
|
0
|
|
경기
|
50.6%
|
76.7%
|
9
|
22
|
11
|
0
|
|
강원
|
57.8%
|
76.1%
|
16
|
0
|
0
|
2
|
|
충북
|
50.6%
|
74.8%
|
12
|
0
|
2
|
0
|
|
충남
|
49.8%
|
73.7%
|
14
|
1
|
1
|
0
|
|
전북
|
48.6%
|
80.6%
|
0
|
15
|
0
|
0
|
|
전남
|
58.4%
|
81.1%
|
0
|
22
|
0
|
0
|
|
경북
|
52.7%
|
78.1%
|
24
|
0
|
0
|
0
|
|
경남
|
53.4%
|
76.4%
|
22
|
0
|
0
|
0
|
|
제주
|
53.1%
|
72.6%
|
0
|
2
|
0
|
0
|
|
계
|
50.9%
|
77.1%
|
148
|
68
|
31
|
3
|
'민주'에서 '국힘'으로 넘어간 지역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그리고 대선 이후 지방선거의 기간에 따라 결과가 바뀌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선의 결과를 마케팅적으로 보면 어떨까?
'국힘'의 경우 후보자가 정치경력이 짧았기에 정책과 노련함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웠다. 던질 수 있는 카드는 이미지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하기 보다는 인성, 이미지 등을 중심으로 포지셔닝을 하였다. '민주'의 경우 정책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의 행정능력을 가지고 승부를 보려고 했다.
이 때 '국힘'이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선판을 '인성' 이라는 프레임으로 짜고 모든 공격을 '인성'을 중심으로 가져갔다. 욕설문제, 대장동 등 최대한 정책보다는 인성을 가지고 공격하면서 대선의 프레임을 '인성'으로 맞춰나갔다.
이 때 '민주'의 경우 '국힘'이 만든 프레임인 '인성'을 중심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본인의 포지셔닝인 '정책과 행정능력'을 메인 프레임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똑같이 '인성'문제를 걸고 넘어가면서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다.
본인이 잘 싸울 수 있는 판에서 싸워야 유리한데 상대방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싸우니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STP의 측면에서 봐도, '국힘'은 높은 연령대의 지지는 어느정도 확고한 편이고, 중간연령층을 커버할 수 있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하였다. 그래서 남은 연령층인 젊은 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후보의 성향상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사용한 것 처럼 갈라치기 방법으로 2~30대 초반의 남성들을 공략했고 이로써 전 연령대를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민주'의 경우 텃밭이 예전에는 20~30대 였지만 20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심지어 '국힘'은 당 대표가 30대 대표가 됨으로써 이 자리마저 빼앗기게 되었다. 4~50대의 경우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연령대이므로 일방적인 지지보다는 자신의 삶과의 관련성이나 이익에 따라 움직이려는 힘이 다른 세대보다는 강한데 정책적으로 싸우지 못하고 '인성'프레임에서 선거를 치루다 보니 이 연령층에 어필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결국 시장세분화도 '국힘'이 더 성공적이었고, 포지셔닝도 '국힘'이 가져가게 되었다.
4P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기본 기능 중 큰 것은 행정능력과 인성 등 다양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인성'부분만 강조되었으니 (정책이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있는 선거라는 평이 많았음) PRODUCT에서 승자는 없었다. 국민들과의 만남은 두 후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도하였기에 비슷할 것 같지만 '국힘'의 경우 어르신들의 단톡방 등을 통한 개별적 접근이 많아서 딜리버리의 깊이 또한 '국힘'이 약간 더 유리했다.
'민주' 유권자들이 지방선거를 포기하게 된 결정타는 대선 이후의 행보에서 보이는 것 같다.
지난 총선 이후 '민주'가 거대정당이 되고나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조국 전 장관 문제 등 이슈를 빼앗기면서 아무런 결과물도 못내놓고 있었다. 여당이 거대해지면 대통령과 함께 정책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국민들이 느끼기에 제대로 결정난 것도 없고 검찰이슈도 흐지부지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다가 대선 이후 불똥이 떨어져 갑작스레 '검수완박'이라는 어색한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되는 과정도 '찍어줘도, 여태 뭐하다가, 이제와서'라는 의문만 만들게 되었고, 청와대 용산이전이나 국무총리 임명도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실망한 모양새가 컸다.
게다가 '민주'의 지지자 들 중 상당수는 이재명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내심 서울에 출마하여 오세훈과 한판승부를 하고 다음 대선에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엉뚱하게 인천계양 국회의원에 나오고, 인천에 잘 있던 송영길 대표가 서울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국힘'이 말했던 도망의 프레임에 사람들이 동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김포공항 이전 등의 공약을 '국힘'에서 이슈로 만들어 프레임을 짜서 선거막판 흔들기를 시도했고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내었다. 김포공항 이전 찬성, 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힘'이 만든 프레임이 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민주'지지자들에게 실망의 모습을 더 키워주었다.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 '국힘'은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밀어붙힘으로써 상대방의 강점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는 영리한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본다.
반면 '민주'는 선거의 전략이 없어 보였고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국힘'이 만든 프레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임으로 많이 부족한 선거였다고 보인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데 사실 이재명 후보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의 전략의 부재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편에는 정의당과 제3정당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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