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 전문가는 아니다. 게다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좋아하는 정당은 없지만 더 안좋아하는 정당은 있는 정도인것 같다.
전략을 하는 사람으로 이번 선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남겨놓으면 나중에라도 생각이 날 것 같아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기본적으로 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근거도 없고 진실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총평을 내려보자면 국민의 힘은 전술은 좋으나 전략에서 실패했고, 민주당은 많은 지지세를 얻었으나 지지세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개혁신당은 영악하게 전략을 잘 세웠고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혁신당이었다.
개혁신당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편나누기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여러 그룹이 있다면 내 편을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룹이 나누어 져 있지 않다면 그룹을 나누어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결국 세력을 얻고자 한다면 우선 갈라놓고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STP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혁신당'은 '국민의 힘'에서 빠져나온 젊은 정치인들이 만든 정당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적 세력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힘'에 들어가서 인지도를 쌓고 세력을 키운 다음 다시 나온 정치인이다. 원래부터 국민의 힘에서 클 생각은 없었다고 본다.
본인이 크기에는 너무 기존 세력이 강력하고 성격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국민의 힘의 약점은 젊은층이었고 서로의 이해가 맞아 젊은 이미지를 가지고 개혁신당 세력이 국민의 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 힘에 있었지만 국민의 힘 정치인은 아니었고 그 경력과 타이틀을 활용하기 위해 들어가서 세력을 키웠다.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마케팅에서 말하는 캐즘을 넘어가야 한다. 메이저 정치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힘'에 동화가 되면 정체성이 없어지니 그곳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에서 하면 인지도과 발언권을 얻기가 쉽지 않으니 거대 정당에서 인지도를 키운 다음 나오는 것이 필요했다.
그들이 캐즘을 건너는 방법으로 전방위 정찰부대가 필요했고 그들이 선택한 정찰부대는 20대 남성이었다.
그들이 20대 남성을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계층을 선택한것과 동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금 20대는 앞 세대보다 못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고 학력은 최고지만 일자리 얻기도 힘들고, 경기도 어렵고 권력에서 소외된 계층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세대이다. 3포 4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지 이미 오래이고, 취업, 결혼, 내집마련 등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하는 세대라고 느껴지는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쇼츠를 통해 문화가 빨리 흡수되고 빠져나가기도 하는 세대이다.
그런데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등장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 기존 세력들 중에 여성의 차별에 대항하는 세력이 이미 있는 것이다.
이번 탄핵정국만 해도 탄핵을 이야기 했지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면 차별에 대항하는 사람들 단체로 성소수자, 전교조, 페미니즘 등을 앞에 내세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0대 남성의 경우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통해 어느정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자신들을 위해서는 누구도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다. 페미니스트가 기득권 남성에 대해 비판을 할 때 20대 남성은 자신들은 기득권이 아닌데 남자로 묶여 뭔가 혜택을 받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여성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패배의식에 잠기기도 한다. 특히 남성은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데 한때 군 가산점 문제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더 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게 심화가 되어 서로 혐오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양 쪽에 극단적인 커뮤니티들이 생기기시작했다.
20대 여성은 페미니즘과 함께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게 되니 자연스럽게 탄핵찬성에 목소리를 내게 되었고, 20대 여성과 반대진영에 있다고 생각하는 20대 남성들은 반대 진영으로 더욱 다가가서 극우세력과 보조를 맞춰가게 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배경에 개혁신당이 포지셔닝을 20대, 특히 20대 남성을 위한 포지셔닝을 잡은 것 같다.
국민의 힘에 계속 남아있을 필요도 없고 나와서 독자 세력을 만들어야 했던 개혁신당은 20대 남성들에게 공감받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된 후 피해를 준 기존 세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기존 거대 권력에 피해자가 되어야 했고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의 힘에서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 쫒겨나는 모습이었다. 성공적으로 국민의 힘에서 쫒겨나서 개혁신당을 만들었는데 20대 남성들에게 임팩트를 줄 이벤트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때마침 12월 3일 계엄 국면이 발생을 했고 첫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12월 3일 계엄이 선포가 되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몰려들었다.입구가 경찰로 막히자 다들 담을 넘어 의사당으로 들어갔다. 이준석 의원은 기존세력과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20대 남성들이 좋아하는 권력을 향한 욕지거리를 보여주는 모습을 선택했다. 국회의사당에 와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담을 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다. 특히 3~40대 남성은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넘을 수 있는 공간도 엄청나게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충돌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이재명의원도 우원식의장도 그렇게 들어갔다.) 그러나 보여주기가 필요했던 이준석의원은 의사당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기존 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고, 경찰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과 천하람의원에게 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20대가 자주하는 언어인 욕지거리를 섞어 20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번 대선 선거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후보들은 최대한 다양한 세력을 포섭하고자 국민의 힘은 전라도에, 민주당은 경상도를 공략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개혁신당은 20대만 공략했다. 일명 학식회동이라고 하여 대학교 위주로 선거운동을 하였다. 또한 임팩트있는 한방을 위해 TV토론을 활용하였다.
전반적으로 이준석후보가 토론에서 건방진 모습을 많이 보였다라는 평이 많았는데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덤비는 젊은이의 모습을 대변하는 역할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비하발언이라고 이슈가 되었던 그 부분은 20대 남성을 확 끌어들이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후보자 본인은 그들의 편이라는 어필을 하는 것이다. 명분은 진보쪽 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한 내용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 질문은 검증이나 궁금한 내용을 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방송에서 그런 문장을 내뱉는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 같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대선 출구조사결과를 보면 그 전략이 잘 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힘을 지지했던 20대 남성들 상당수가 이준석 후보로 갈아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이준석후보는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정당에서 말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력에서.
개혁신당은 전략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선거를 치뤘다고 자평하고 있을 것 같다.
다음은 국민의힘이다.
지금까지 선거를 보면 민주당보다는 국민의 힘이 전력적인 부분이나 전술적인 부분에서 더 앞서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때와 마찬가지로 두번째 자신들의 정당출신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궐위에 의한 대선을 두번째 치루게 되었다. 초반 게엄상황이나 탄핵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지만 정작 선거를 치루고 나서 결과를 보면 8%p가량 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다.
두리둥실 스리슬쩍 적반하장 등 능수능란하게 다양한 전략전술을 동원해 그 간격을 좁힌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실책들도 보이긴 한다. 김문수 후보과 단일화로 인한 여러 상황을 통해 대선기간 이슈몰이를 한건 좋았지만 최종 후보가 원래 계획과 달랐던 것 같다. 국민의 힘이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층은 노동자가 아니다. 자영업자나 전문직, 중산층 직장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다 가지고 있던 메시지는 노동운동이었다. 특히 부인 설난영여사가 그 색채는 더 강했다. 김문수후보나 설난영 여사를 보고 노동자들이 김문수 후보를 찍을 것인가? 노동운동의 이슈로 자영업자들이 김문수후보를 찍을 것인가?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선 막판 설난영여사가 언론에 부각된 모습은 국민의 힘 입장에서는 뜨끔 했을 것 같다. 이번 대선이 벌어진 이유중 큰 부분이 영부인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숨은 권력자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부인 될 사람이 앞서서 검증을 위한 토론회를 하자라던지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내조의 범위를 넘어설 것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원래 계획은 한동훈이 이기거나 한덕수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부분이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반기문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올 것 같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강력한 후보자가 될 것 같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안철수의원이 처음 정계에 나왔을 때를 생각해 봐도 공감이 갈 것이다.
한덕수는 공감받을 만한 실적을 보여준것도 카리스마를 보여준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초창기 안철수 후보나 반기문후보처럼 인성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현 주력 세력들이 컨트롤하기 쉬운 후보라 그렇게 밀어붙힌건지, 아니면 그런 모습으로 비쳐지기를 바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었다. 설령 한덕수 후보가 후보가 되었으면 민주당과 더 버러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래는 한동훈이 넥스트였을 것 같다. 대통령과 갈등이 있는 모습는 오히려 강단 있는 사람이라는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랬고(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때 비쳐지던 모습) 내란세력과 구별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지켜줬던 것 같다. 그러나 당원들을 대상으로 통솔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긍정적 모습을 더 키웠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부족했는지 깜냥이 부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표치만큼 긍정적 지표가 올라오지 못했던것 같다. 국민의 힘이 넥스트를 노리기 위해서는 한동훈을 더 키웠어야 했다. 물론 연속해서 검찰출신이라는 한계가 있기도 했지만 자기세력을 다 못갖춘 이유로 대선때까지 다 크지 못한 것 같다. 이회창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그럼 넥스트는 가능할까? 그때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전임자가 이재명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똑똑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캐릭터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 캐릭터가 비슷하다면 월등하게 앞서는 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모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전혀 반대 스타일의 후보가 넥스트는 더 유리할 것이다.
다음은 민주당이다.
거대 야당에서 거대 여당이 되었다. 좋게보자면 다 가졌고, 나쁘게 보자면 권력이 너무 집중되긴 했다.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부터 상하원까지 미국 권력을 다 휘어잡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좋은 모습인지 나쁜모습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어느정도 타산지석을 삼을 부분도 있다고 본다.
게엄과 탄핵국면에서 민주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지난총선부터 이번총선까지 많은 국회의원들을 배출했고 대통령과 겨룰 수 있을 만한 거대 정당이 되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힘을 모아주었어도 제대로 힘을 쓰진 못한 것 같다. 국민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많이 뽑아주었을 땐 그만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뽑아주었을텐데 제대로 만들어낸 것은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발동해서 못했다고는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계속 발의하다가 탄핵하고만 반복했던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매번 동일한 상황의 반복이었고 국민들은 지쳐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12월 3일 게엄이 선포되었을 때 바로 해제시키긴 했지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너무 더뎠다고 본다. 사실상 그 당시 국민의힘은 그로키 상태였고 다음 단계는 탄핵과 다음 대선의 그림이 당연히 그려졌을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에도 대선주자가 사실상 정해져 있는 상태였고 여러가지 의혹을 밝히기 위한 준비는 다 되었다. 그러나 다들 아는 것 처럼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밝혀지거나 정리되거나 마무리된 사항은 하나도 없다. 정치적 상대방이 있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 마무리 펀치를 안날린건지 그럴 능력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던 거의 2/3 가량을 보유한 거대 야당으로, 당시 여당은 내란이라는 엄청난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 상황이고 권력자는 물러나 있는 상태이고, 여론도 도와주고 있는 상황에서 만든 결과는 0에 가깝다.
사실상 이번 대선에 12월 같은 상황이었다면 득표율이 50%는 가볍게 넘어야 정상인 상황이었지만 무력하고 무능해 보이는, 신뢰를 주기 힘든 모습을 보였기에 50%를 넘기지도, 10%p이상 벌리지도 못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대선을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선 선거운동기간에도 국민의 힘은 여러 이슈가 만들어지면서 컨벤션효과를 확실히 챙겨갔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경선을 지났고, 그래서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민의 힘이 경선 이후에도 한덕수와의 단일화 이슈를 끌고와서 이슈몰이를 하는 동안, 선거 유세기간에 모든 뉴스는 국민의 힘에 몰려있었다.
선거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민주당이 명분을 가져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리를 챙겨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국민의 힘에 비해 정직하다거나 공평해서는 아니다.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본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전체적인 판을 짜고 프레임을 만들고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등 전술적인 부분은 국민의 힘이 훨씬 강해 보인다. 민주당이 명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뻔 한 대선이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해 내 나름대로 느낀점,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그림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특별히 더 아는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똑같은 뉴스를 보고 똑같은 소식을 듣고 쓴 글이라 본질을 건드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전략을 유추해 보면 나의 전략 수립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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