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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beat Explorer/말과 글

[손자병법] 5. 병세(兵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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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 병사의" "勢 기세"

孫子曰: 凡治衆如治寡, 分數是也, 鬪衆如鬪寡, 形名是也,

손자왈: 범치중여치과, 분수시야, 투중여투과, 형명시야,

 

손자가 말하였다. 적은 병력을 통치하듯이 대규모의 병력을 통치하려면 병력 수를 분리하여야 한다. 대규모의 병력이 전투를 하려면 군대의 효율적인 진형과 정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전쟁을 하면 당연히 대규모의 병력을 통솔해야 한다. 이 병력을 소수의 병력을 운용하듯 매끄럽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 병력을 쪼개 통솔해낼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군대의 통신이 원할하지 못해 병력이 배치되어선 안될 곳에 배치되고, 동원되어야할 병력이 동원되지 않고, 퍼지지 않아야할 뜬소문이 퍼지고, 의도되지 않은 명령이 전달되거나, 의도된 명령이 누락된다면 그 군대는 진창 어딘가에 퍼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三軍之衆, 可使必受敵而無敗者, 奇正是也, 兵之所加, 如以碫投卵者, 虛實是也.

삼군지중, 가사필수적이무패자, 기정시야, 병지소가, 여이단추란자, 허실시야.

 

대규모의 군대를 통솔 중 적의 기습공격을 감수하더라도 패배하지 않는 것은 기이한 변칙과 정석의 원칙을 조화롭게 운용함에 의해 가능하다. 군대가 공격할 때는 숫돌로 계란을 부시듯이 적의 허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계란을 깨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나, 맨 손으로 부수려면 보기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숫돌에 계란을 처셔 깬다면 더욱 쉽게 계란을 깰 수 있다. 정석으로 다져진 군대로 적을 치는 것은 마치 계란을 맨 손으로 깨는 것과 같다. 당연히, 쉽게 깰 수 있으나 더 쉽게 깨는 길이 있는 것이다. 적의 허실을 알고 정석의 원칙 위에 기이한 변칙을 올린다면 숫돌을 가져와 계란을 더욱 쉽게 깨는 것이 된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故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河.

범전자, 이정합, 이기승, 고선출기자, 무궁여천지, 불갈여강하.

 

전쟁을 하는 자는 정석으로 대적하고 변칙으로 승리한다. 고로 변칙을 잘 운용하는 자는 천지처럼 작전이 궁색해지지 않으며 강물처럼 고갈되지 않는다.

 

적이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나는 그것을 부수려 한다 생각해보자. 내가 그것을 부수자 그 속에 돌을 집어넣었다. 나에게는 눈사람을 부술 힘[51]이 있으나 돌이 들어간 눈사람을 맨 손으로 부수는 것은 어리석다. 변칙을 잔 운용하는 자는 이것을 맨손으로 부수지 않고 삽을 가져와 부술 것이다. 이렇게 묘수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눈사람을 부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눈사람을 아예 못 만들게 눈을 치워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변칙의 운용은 끝임 없는 변화이다.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든든한 정석을 다졌다면 그를 바탕으로 끊기지 않는 변화를 일으켜라.

終而復始, 日月是也. 死而復生, 四時是也.

종이부시, 일월시야. 사이부생, 사시시야.

 

종료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해와 달과 같다. 사망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다시 생동하는 것이 사계절의 변화와 같다.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나는가?

聲不過五, 五聲之變, 不可勝聽也, 色不過五, 五色之變, 不可勝觀也.

성불과오, 오성지변, 불가승청야, 색불과오, 오색지변, 불가승관야.

 

소리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청취하기가 불가능하다. 색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味不過五, 五味之變, 不可勝嘗也. 戰勢不過奇正, 奇正之變, 不可勝窮也.

미불과오, 오미지변, 불사승상야. 전세불과기정, 기정지변, 불가승궁야.

 

미각의 기본은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변하면 모두를 다 맛보기는 불가능하다. 전술도 원칙과 변칙의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기정이 변화하면 모든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다.

 

전장의 모든 지표는 아주 뻔하고 단순한 것이지만, 그 단순한 지표도 수량이 엄청나다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러하므로 전장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항상 변화하는 것이다.

奇正相生, 如循環之無端, 孰能窮之?

기정상생, 여순환지무단, 숙능궁지?

 

기정은 서로 생동하여 순환하는 것으로써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능숙하게 그 모든 것을 궁리해 낼 수는 없다.

 

전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 수 있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내가 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듯 적 또한 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날 것이다.

激水之疾, 至於漂石者, 勢也. 鷙鳥之疾, 至於毁折者, 節也.

격수지질, 지어표석자, 세야. 지조지질, 지어훼절자, 절야.

 

격렬한 물이 질풍처럼 흘러 무거운 돌을 표류하게 하는 것이 기세다. 사나운 새가 질풍처럼 날라와 짐승을 채가는 것이 절도이다.

 

그러므로 전황이 어떻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기세는 돈좌되지 않아야 한다. 부동의 바위조차 사나운 격류와 질풍에 표류하여 떠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세는 그러한 상태를 유지해야한다.[52] 이러한 기세를 가진 상태로 정석의 원칙이 다져졌을 때 절도가 만들어진다. 이 절도가 있는 자는 마치 맹금이 먹잇감을 순식간에 낚아 채 날아가듯 신속하고 정확하며 갑작스럽게 매서운 기세를 투사한다.

是故善戰者, 其勢險, 其節短. 勢如彍弩, 節如發機.

시고선전자, 기세험, 기절단, 세여확노, 절여발기.

 

이런 까닭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기세가 험하고 그 절도가 짧다. 그 기세는 잡아당긴 활과 같고 그 절도는 발사된 화살과 같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 수행하는 자는 강렬한 기세를 가졌으나 그 기세를 투사하는 것은 지극히 간결하고 짧게 행한다. 활을 잡아 당겼다면 쏘게 될 것이며, 쏘아진 화살은 순식간에 날아가 적을 꿰뚫어야할 것이다. 기세와 절도가 없는 자는 마치 쏘라고 준 활을 가지고 화살을 쏘지 못하고 화살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자와 같다.

紛紛紜紜, 鬪亂而不可亂也. 渾渾沌沌, 形圓而不可敗也.

분분운운, 투란이불가난야. 혼혼돈돈, 형원이불가패야.

 

의견이 분분하듯이 전투가 혼란해져도 아군은 혼란스럽지 않다. 혼돈스럽게 적의 진형에 포위되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세와 절도는 혼란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전황이 혼란하고 암울해도 아군은 혼란하지 않고 그 기세를 유지하며 절도있게 움직여야한다. 이러한 군대는 패배가 코앞에 다가온 듯한 포위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것이 종료된 줄 알은 것이 해와 달처럼 다시 시작되고, 죽은 줄 알았던 것이 사계절이 변화하듯 다시 살아나는 이유다.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強. 治亂, 數也. 勇怯, 勢也;強弱, 形也.

난생어치, 겁생어용, 약생어강, 치난, 수야. 용겁, 세야, 강약, 형야.

 

잘 통치된 군대에도 혼란이 발생한다. 용감한 군대에도 비겁함은 생겨난다. 강한 군대에도 나약함은 발생한다. 잘 통치되는 것과 혼란을 결정하는 것이 병력 수의 적절한 편성이다. 용맹과 비겁을 결정하는 것이 기세다. 막강함과 나약함을 결정하는 것이 진형이다.

 

그러나 군형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듯 기세도 마음대로만 통제할 수는 없는 불안정한 것이다. 큰 일을 하다 보면 항상 무언가 괴상한 일이 생겨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며, 군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훈련되고 규율 잡힌 군대라도 언제나 혼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혼란을 막고, 또 혼란이 일어나더라도 빠르게 제압하여 정돈해내기 위해서는 병력이 올바르게 편성되어 있어야 한다.[53]

 

도망치는 것도 기세가 잡혀 있어야 가능하다. 기세가 있는 군대는 질서정연하게 후퇴하여 귀신같이 다시 진을 쌓고 적을 막아낸다. 기세가 없는 군대는 사방으로 흩어져 지리멸렬하게 추격받다 소멸해버린다. 이 기세가 유지되게 하는 것은 진형이며, 따라서 기세를 유지할 진형이 막강함과 나약함을 가른다.

 

군대는 조직력을 겨루며, 그 조직력은 진형으로 표출된다. 군대가 지리멸렬하게 잘못 편성되고 배치되어 엉망이 되어 있다면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도 나약한 오합지졸이 될 뿐이다.

故善動適者, 形之, 適必從之, 予之, 適必取之, 以利動之, 以卒待之.

고선동적자, 형지, 적필종지, 여지, 적필취지, 이리동지, 이졸대지.

 

그러므로 적을 잘 선동하는 하는 자는 진형을 잘 이용하여 적이 필히 아군을 추종하게 한다. 적이 필히 미끼를 탈취하게 만들고 이득을 위해 적병이 동원되면 아군의 병졸로써 대적한다.

 

기세 또한 군형처럼 장수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점이 많다. 그러므로, 나의 기세를 굳건히 유지하려면 적을 선동하여 적의 기세를 일방적으로 내게 유리하게 유도해야한다. 올바른 병력의 편성, 배치, 기동을 통해 적이 아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게 하라. 적이 내가 던진 미끼를 싫어도 물게 만들고, 적이 나타나면 바로 찾아내 요격한다.

故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 故能擇人而任勢. 任勢者, 其戰人也, 如轉木石,

고선전자, 구지어세, 불책어인, 고능택인이임세. 임세자, 기전인야, 여전목석,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전쟁이 승패를 기세에서 구하지 병사들을 문책하지 않는다. 고로 능력 있는 자를 택하여 임명하고 그에게 기세를 준다. 기세를 잘 조정하는 자는 전쟁을 할 때 병사들을 목석처럼 전환시킨다.

 

싸우다 보면 종종 패배를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아직 전쟁에서 패배하기엔 먼 것이다. 사소한 패배에 연연하지 말고 기세를 유지해야 한다. 능력 있는 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계속 기용하여 그의 기세를 유지시켜야 한다. 이렇게 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군주와 장수가 지휘하는 병사들은 목석마냥, 어떤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꿈쩍 않고 싸울 것이다.

木石之性, 安則靜, 危則動, 方則止, 圓則行. 故善戰人之勢, 如轉圓石於千仞之山者, 勢也.

목석지성, 안즉정, 위즉동, 방즉지, 원즉행. 고선전인지세, 여전원석어천인지산자, 세야.

 

목석의 성격은 편안한 곳에서는 정숙하고, 위태로운 곳에서는 움직인다. 네모난 것은 정지하고 원형의 것은 굴러 간다. 고로 기세를 만들어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원형의 돌을 천길 높이의 산에서 회전시키는 것과 같다. 이것을 기세라 한다.

 

그러나 그 목석이 마냥 안 움직이는 물건이라 생각해선 곤란하다.

 

목석이란 물건은 안정된 곳에서는 조용히 서서 전혀 움직이지 않으나, 위태로운 장소에서는 이리저리 굴러 움직이는 것이다. 네모난 물건은 멈추고 둥근 것은 구른다. 그러므로, 기세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것으로, 기세를 만들어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천근처럼 무거운 둥근 돌은 천길 높이 태산 위에서 마음껏 굴려내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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